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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매치 101G’ 전가을, 女 대표팀 필리핀전서 은퇴식

여자축구 국가대표로 오랫동안 활약하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은퇴한 전가을(36)이 여자대표팀 친선경기 현장에서 은퇴식을 한다.대한축구협회는 오는 5일 이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리는 <신세계 이마트 초청 여자축구 국가대표 친선경기> 필리핀전에 앞서 전가을의 은퇴식을 개최한다고 3일 밝혔다. 전가을은 이날 경기의 ‘매치볼 캐리어’로 나서 직접 경기 사용구를 들고 입장한 뒤 대표팀 선수들과 팬들에게 은퇴 인사를 할 예정이다.대한축구협회는 지난 2002년부터 A매치 70경기 이상 출전한 남녀 선수가 은퇴를 하면 은퇴식을 마련해주고 있다. 여자 선수 은퇴식은 2008년 유영실(현 서울시청 감독, A매치 71경기)에 이어 두 번째이며, 여자대표팀 경기에서 치러지는 것은 전가을이 처음이다.전가을은 2008년 수원시설관리공단(현 수원FC)에 입단한 것을 시작으로 인천현대제철, 화천KSPO, 세종스포츠토토에서 공격수로 활약했다. 특히 2010년 수원시설관리공단에서 팀의 첫 WK리그 우승을 이끌며 챔피언결정전 MVP를 수상했고, 이후 인천현대제철에서 3차례(2013, 2014, 2015) 더 WK리그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2016년에 미국 웨스턴뉴욕플래시로 임대 이적해 한국 여자 선수 최초로 미국 무대를 밟았다. 이후에도 호주 멜버른빅토리, 잉글랜드 브리스톨시티와 레딩에서 해외 무대 도전을 이어갔다.국가대표로는 2007년 베이징 올림픽 예선 베트남전을 통해 데뷔해 2019년 아이슬란드와의 친선경기까지 101경기에서 38골을 기록했다. A매치 38골은 지소연에 이어 한국 여자 선수 통산 득점 2위다. 2015 캐나다 FIFA 여자월드컵 코스타리카전에서 골을 터트려 여자대표팀의 사상 첫 월드컵 16강 진출에 기여했으며, 아시안게임 3회 연속 동메달(2010, 2014, 2018) 획득의 주역이기도 하다.세종스포츠토토에서 WK리그 2023년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전가을은 이미 지난 2023 여자월드컵과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TV 해설자로 활약하는 등 제2의 축구 인생을 펼치고 있다.김희웅 기자 2024.04.03 11:26
배구

‘23연패·최하위 확정·선수단 괴롭힘’ 페퍼저축은행, 트린지 감독과 결별

프로배구 여자부 페퍼저축은행이 조 트린지 감독과 결별한다. 지난해 6월 지휘봉을 잡은 트린지 감독은 시즌을 완주하지 못한 채 팀을 떠나게 됐다.배구계에 따르면 페퍼저축은행은 트린지 감독과 계약 해지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경수 수석코치가 잔여 5경기를 이끌 전망이다. 페퍼저축은행은 올 시즌 리그 31경기 동안 3승 28패 승점 10에 그쳤다. 특히 지난 23일 한국도로공사에 3-2로 승리하기 전까지 23연패라는 불명예를 썼다. 한국도로공사전 승리는 지난해 11월 이후 무려 105일, 24경기 만에 거둔 승리였다.다만 이미 리그 최하위는 확정했고, 지난 23일 베테랑 A 선수에 대한 상벌위원회(상벌위)까지 개최되는 등 선수단 분위기도 뒤숭숭하다. 사유는 선수단 내 괴롭힘. 그러나 상벌위원들은 당시 “양측의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면서 27일 다시 모여 결론을 내기로 했다.이 와중 사령탑과의 결별 소식까지 전해진 셈이다. 트린지 감독은 지난 2013년부터 2016년까지 미국 여자대표팀의 분석관과 코치로 일하며 미국의 2014년 세계배구선수권대회 우승, 2015년 월드그랑프리 1위, 2016년 올림픽 동메달을 이끈 사령탑이다. 2021년에는 북중미카리브배구연맹(NORCECA) 여자선수권대회 감독으로 미국 대표팀을 이끌었다. 이어 2019년 캐나다 여자대표팀 코치, 2022년 캐나다 남자대표팀 코치로 뛴 이력도 있다. 트린지 감독은 지난해 6월 페퍼저축은행 부임 당시 “데이터 기반의 경기력 분석을 기초로 페퍼저축은행을 이끌 적임자”라는 평을 받았으나, 결국 시즌을 완주하지 못했다.김우중 기자 2024.02.27 09:46
국가대표

"스페인이 하늘에 닿았다"…사상 첫 여자월드컵 우승 '새 역사'

스페인이 사상 첫 여자월드컵 정상에 올랐다. 처음 본선에 진출한 지 8년 만에 오른 정상이다. 앞서 남자대표팀에 이어 여자대표팀도 정상에 오르면서 역대 두 번째 남·여 월드컵 우승이라는 대기록도 썼다. FC바르셀로나 소속의 미드필더 아이타나 본마티는 골든볼의 영예를 안았다.스페인은 20일(한국시간) 호주 시드니의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열린 2023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 월드컵 결승전에서 잉글랜드를 1-0으로 꺾고 ‘세계 챔피언’에 등극했다. 스페인축구 역사상 첫 월드컵 우승이자, 1991년 초대 대회 이후 미국과 노르웨이, 독일, 일본에 이어 탄생한 다섯 번째 챔피언이다.스페인은 2015년 캐나다 대회가 첫 월드컵 본선 진출일 정도로 여자축구와는 인연이 없었지만, 대대적인 투자로 발전을 이뤄내며 첫 본선 진출 8년 만에 최정상의 자리에 올랐다. 스페인의 최근 3개 대회 여자월드컵 성적은 조별리그 탈락, 16강, 그리고 우승이다. 이번 대회 우승상금은 총 1050만 달러(약 142억원)다.앞서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남자대표팀이 월드컵 우승을 차지한 데 이어 여자대표팀도 정상에 오르면서 역대 두 번째 대기록도 세웠다. 스페인에 앞서 독일 여자대표팀이 지난 2003년 정상에 오르면서 이 부문 새 역사를 쓴 바 있다.본마티는 최우수선수에게 주어지는 골든볼의 영예를 안았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3골·2도움을 기록하며 스페인의 우승을 이끌었다. 2003년생 공격수 살마 파라유엘로도 영플레이어상을 받았다. 골든글러브는 잉글랜드의 메리 얼프스, 득점왕은 일본의 미야자와 히나타(5골)가 차지했다. 스페인은 지난 여자월드컵 유럽 예선 B조를 8전 전승으로 통과했다. 예선 성적은 53득점·무실점이었다. 본선 조별리그에선 C조에 속해 코스타리카를 3-0으로, 잠비아를 5-0으로 대파하고 일찌감치 16강행을 확정했다.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일본에 0-4로 졌지만, 스페인은 조 2위로 토너먼트에 올랐다.스페인은 스위스와의 16강전에서 5-1 대승을 거두며 사상 첫 8강에 진출한 뒤, 네덜란드를 연장 접전 끝에 2-1로 제압하며 새 역사를 이어갔다. 준결승에서도 여자월드컵 전통의 강호인 스웨덴을 2-1로 꺾고 사상 첫 결승까지 닿았다. 7만 5784명의 관중이 운집한 가운데 열린 결승전은 ‘누가 이겨도 새 역사’라는 타이틀 아래 치열하게 펼쳐졌다. 경기 초반부터 불꽃이 튀었다. 잉글랜드는 로런 헴프의 슈팅이 크로스바를 강타해 선제골 기회를 놓쳤고, 스페인도 파라유엘로와 알바 레돈도의 연이은 슈팅으로 응수했다.팽팽하던 균형을 깨트린 건 스페인이었다. 전반 29분 하프라인 부근에서 상대 공을 빼앗아 역습을 전개했다. 마리오나 칼덴테이가 내준 패스를 올가 카르모나가 페널티 박스 왼쪽에서 왼발로 낮게 깔아 찼다. 슈팅은 그대로 잉글랜드 골망을 흔들었다. 스페인은 후반 19분 승부에 쐐기까지 잡았다. 상대의 핸드볼 파울로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그러나 헤니페르 에르모소의 페널티킥이 어프스의 선방에 막히면서 점수 차를 벌리지 못했다. 그러나 페널티킥 실축 이후에도 집중력은 흐트러지지 않았다. 동점골을 위한 잉글랜드의 막판 공세를 막아냈다. 결국 경기는 스페인의 1-0 승리, 그리고 스페인의 여자월드컵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경기 후 스페인 마르카는 “스페인이 하늘에 닿았다”며 “스페인 여자대표팀이 잉글랜드를 꺾고 세계 챔피언이 됐다. 카르모나의 결승골은 호주 하늘에 왕관을 들어 올리고, 엠블럼에는 첫 번째 별을 수놓게 했다”고 전했다. 풋볼에스파냐는 “스페인 축구 역사에 길이 남을 놀라운 순간이다. 오랫동안 기억될 것”이라고 조명했다. 김명석 기자 2023.08.21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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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발목 잡혀 또 탈락한 독일 '좌절'…"2018년 이어 또 끔찍한 탈락"

대한민국 여자 축구대표팀이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위 독일과 1-1로 비겼다. 탈락이 유력한 가운데 객관적인 전력의 열세 속에서도 유종의 미를 거뒀다. 한국에 발목을 잡힌 독일은 여자 월드컵 사상 처음으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지난 2018년 러시아 월드컵과 비슷한 상황이 여자월드컵에서도 재현된 셈이다.콜린 벨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3일(한국시간) 호주 브리즈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FIFA 호주·뉴질랜드 여자 월드컵 조별리그 H조 최종전에서 독일과 1-1로 비겼다. 객관적인 전력의 열세 속 FIFA 랭킹 2위이자 우승 후보로 꼽혔던 독일의 발목을 잡아냈다. 조소현이 여자 월드컵 사상 처음으로 선제골이자 이번 대회 한국의 첫 골을 넣었고, 동점골 실점 이후에도 균형을 끝까지 지켜냈다. 지난 2015년 캐나다 대회 이후 8년 만에 승점(1)을 쌓았다.같은 무승부지만 경기 종료 직후 양 팀 선수들과 벤치의 풍경은 달랐다. 16강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이미 조별리그 탈락이 유력했던 한국 벤치는 독일의 발목을 잡았다는 사실에 환호했다. 반면 독일 선수들과 벤치는 고개를 숙였다. 한국전 무승부 탓에 조별리그에서 탈락했기 때문이다.이날 독일은 한국을 이기면 16강에 자력으로 진출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한국과 1-1로 비긴 데다, 같은 시각 열린 경기에서 모로코가 콜롬비아를 제압하면서 조 3위로 탈락했다. 콜롬비아와 모로코(이상 승점 6)가 H조 1, 2위로 16강에 진출했다. 최종전에서 맞대결을 펼친 독일(승점 4)과 한국(승점 1)은 나란히 짐을 싸게 됐다. 역대 2차례(2위)나 여자 월드컵 정상에 오른 독일이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전 무승부가 ‘치명타’가 된 셈이다. 공교롭게도 지난 2018년 러시아 월드컵과 비슷한 상황이 재현됐다. 당시에도 한국은 16강 진출 가능성이 희박한 상황에서 당시 FIFA 랭킹 1위였던 독일과 격돌했다. 독일 역시 한국을 반드시 잡아야 16강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객관적인 전력의 열세 속 한국은 독일을 2-0으로 완파했다. 당시에도 한국과 독일은 동반 탈락했다. 그러나 한국축구엔 카잔의 기적으로 남았고, 독일엔 씻을 수 없는 악몽이 됐다. 나아가 5년 뒤 여자 월드컵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발생했으니, 독일축구 입장에선 5년 전 악몽이 재현이 된 셈이 됐다. 한국뿐만 아니라 지난해 카타르 월드컵에서도 독일은 일본에 패배한 여파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바 있다. 독일 현지에서도 연이은 월드컵 탈락에 ‘좌절’하는 분위기다. 독일 빌트는 “독일 여자대표팀이 월드컵 사상 처음으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한국과 1-1로 비겼고, 모로코가 콜롬비아를 이기면서 조 3위로 밀렸다”며 “남자 대표팀은 2018년 러시아 대회와 2022년 카타르 대회에서도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이번엔 여자 대표팀도 끔찍한 탈락을 면치 못하게 됐다”고 전했다. 소셜미디어(SNS) 상에도 5년 전을 떠올리는 독일 팬들의 게시글이 줄을 잇고 있다.한편 벨호는 앞서 콜롬비아(0-2) 모로코(0-1)에 잇따라 패배한 뒤 독일과 1-1로 비겨 1무 2패의 성적으로 대회를 마쳤다. 독일전을 통해 무득점 탈락도, 전패 탈락도 모두 피했다. 여자 월드컵에서 승점을 쌓은 건 2015년 이후 8년 만이다. 다만 4년 가까이 준비해 온 팀인 데다, 대회 전만 하더라도 8강 이상을 목표로 했던 팀이라는 점에서 1무 2패의 탈락은 쓰라린 결과로 남게 됐다.콜롬비아와 모로코가 16강행 막차를 타면서 여자월드컵 16강 대진도 확정됐다. 스위스-스페인, 일본-노르웨이, 네덜란드-남아프리카공화국, 스웨덴-미국, 잉글랜드-나이지리아, 호주-덴마크, 콜롬비아-자메이카, 프랑스-모로코가 차례로 격돌한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소속 국가는 일본과 호주 두 팀이다.김명석 기자 2023.08.03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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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준비한 황금세대가 어쩌다…사상 첫 ‘0골·전패’ 수모 위기

사상 초유의 무득점·전패 탈락. 여자월드컵 역대 최고 성적을 외치던 벨호가 마주하고 있는 위기다. 대한민국 여자 축구대표팀의 2023 국제축구연맹(FIFA) 호주·뉴질랜드 여자월드컵 여정이 허망하게 막을 내릴 위기에 처했다. 콜롬비아전에 이어 최약체로 평가받던 모로코에도 져 벼랑 끝에 몰린 탓이다. 여전히 실낱같은 16강 진출의 희망이 남아 있지만, FIFA 랭킹 2위이자 ‘우승 후보’ 독일을 5골 차 이상으로 대파해야만 가능한 시나리오다. 축구공은 둥글다지만, 사실상 희망고문에 가깝다. 벨호가 앞선 조별리그 2경기에서 보여준 경기력을 돌아보면 더욱 그렇다. 한국은 앞서 콜롬비아·모로코전 모두 졸전에 그치며 무득점 패배를 당했다. FIFA 랭킹이 무려 55계단이나 낮은 모로코전에선 단 한 개의 슈팅도 유효슈팅으로 연결하지 못했다. 월드컵 본선에 처음 나선 모로코는 조편성 당시부터 한국이 반드시 잡아야 하는 경기로 꼽혔지만, 한국은 오히려 모로코의 역사상 첫 골과 첫 승리의 상대가 됐다.‘에이스’ 지소연(수원FC)이 “뭐가 잘못됐는지 모르겠다”며 답답해할 만큼 경기력이 꼬였다. 2경기 연속 무득점에 그친 공격뿐만 아니라 수비도 2경기 연속 이른 시간 무너지며 경기 자체가 어렵게 흘러갔다. 잦은 실수 등 선수들 개개인의 기량을 넘어 전술적으로도 뚜렷한 색채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기적 같은 16강 진출에 대한 희망보다 비관적인 반응이 더 많은 건 앞서 보여준 ‘졸전의 연속’과 무관하지 않다.이른바 황금세대로 많은 기대와 주목을 받았던 만큼 실망도 크다. 이번 대표팀엔 조소현(토트넘) 이금민(브라이턴) 이영주(마드리드CFF) 윤영글(BK 헤켄) 등 유럽파들이 대거 합류했다. 10년 넘게 여자대표팀 주축을 이룬 지소연과 조소현 등은 전성기에 치르는 사실상의 ‘라스트 댄스’였다. 맏언니 김정미(인천 현대제철)와 막내 케이시 유진 페어(PDA)의 나이 차이가 무려 22살이나 날 정도로 선수층도 폭넓게 구성됐다.벨호가 대회 전부터 2015년 캐나다 대회 16강을 넘어 역대 최고 성적인 8강 이상을 목표로 외쳤던 것도 그 어느 때보다 탄탄했던 대표팀 구성 덕분이었다. 그런데도 반드시 잡아야 했던 팀들을 상대로 무기력한 경기 끝에 무득점 연패를 당했다. 대표팀을 향한 기대감이 컸던 만큼이나 실망감도 클 수밖에 없다. 4년 가까이 대표팀을 이끌어 온 콜린 벨(잉글랜드) 감독도 앞선 2경기에서 보여준 졸전과 탈락 위기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순 없다. 황금세대로 평가받는 전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것, 제대로 된 전술을 보여주지 못한 건 결국 사령탑의 몫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숱하게 외쳤던 ‘고강도 축구’는 세계의 벽 앞에서 아무런 힘도 쓰지 못하고 있다. 4년을 준비하고도 졸전을 거듭하고 있다는 점은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다.월드컵 기간 내내 이른바 ‘유체이탈’ 화법도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전 후 나온 벨 감독의 쓴소리 인터뷰도 적절하지 않았다. 벨 감독은 콜롬비아전을 마친 뒤 “많이 실망했다. 페널티킥 실점 이후 두 번째 골까지 내줬는데, 그렇게 쉽게 허용해서는 안 된다”며 선수들을 탓하는 톤의 인터뷰를 했다.이 발언에 대해 호주 대표팀 출신의 해설위원 헤더 개리옥은 “벨 감독의 인터뷰는 썩 좋지 못했다. 한국 선수들에겐 더욱 그랬을 것이다. 감독으로서 자신은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았다. 모든 면에서 부정적으로 언급했다. 경기는 90분이고, 상황을 바꿀 기회는 얼마든지 있었다. 결국은 자신이 계획한 전술이지 않느냐”고 꼬집었다.모로코전 충격패 직후에도 “WK리그의 대부분의 선수가 ‘이기면 좋지만 져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건 말이 되지 않는다. 축구는 그런 게 아니다”라며 “(한국 여자축구는) 체제와 인력, 선수들 모두가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틀린 말은 아닐 수 있으나, 4년 간 대표팀을 이끌다 월드컵에서 탈락할 위기에 몰린 시점에 할 말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왔다.그래도 마지막 반전의 기회는 있다. 오는 3일 오후 7시 호주 브리즈번에서 열리는 독일과의 조별리그 최종전이다. 현실적으로 16강 가능성이 희박한 건 부정할 수 없다. 대신 앞선 2경기와 다른 경기력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지난 4년의 시간이 헛되지만은 않았음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만약 독일전에서도 반전이 없다면, 한국 여자축구는 사상 처음 조별리그 무득점·전패 탈락이라는 ‘수모’를 겪게 된다. 그 후폭풍은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벨 감독의 계약기간은 내년 12월까지다.김명석 기자 2023.08.01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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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첫 '월드컵 8강' 도전…여자 축구대표팀, 결전지 호주 출국

목표는 사상 첫 월드컵 8강이다. 대한민국 여자축구 대표팀이 결전지 호주로 떠났다. 콜린 벨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10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2023 국제축구연맹(FIFA) 호주·뉴질랜드 여자 월드컵이 열리는 호주로 출국했다. 한국은 조별리그 3경기 모두 호주에서 치른다.23명의 선수들과 2명의 예비 멤버들은 호주 도착 후 하루 휴식을 취한 뒤, 12일부터 본격적인 최종 담금질에 돌입한다. 16일에는 FIFA 랭킹 9위 네덜란드를 상대로 비공개 모의고사를 치른다. 조별리그에선 가상의 독일전이 될 전망이다.마지막 평가전을 끝으로 벨호는 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모든 실전 여정을 마친다. 마지막 담금질을 이어가다 25일 오전 11시(한국시간) 콜롬비아와 조별리그 H조 1차전을 치른 뒤 30일 모로코, 내달 3일 독일과 차례로 격돌해 16강 진출 여부를 가린다. 만만치 않은 경쟁에서 이겨내야 하지만, 충분히 해볼 만하다는 평가다. FIFA 랭킹에서 한국은 17위로 독일(2위)에 이어 H조에서 2번째로 높다. 콜롬비아(25위) 모로코(72위) 순이다. 16강 진출을 위해선 조 2위 안에 들어야 한다. FIFA 랭킹이 H조에서 2, 3번째로 높은 팀의 맞대결인 1차전 콜롬비아전이 최고 분수령으로 꼽힌다. 콜롬비아와 최약체 모로코와의 2연전을 잘 풀어내면, 독일과의 최종전 부담을 덜고 역대 2번째 16강에 도전할 수 있다. 지난 2019년 10월 출범해 이번 대회를 준비해 온 벨호는 3년 넘게 이른바 ‘고강도 축구’를 갈고닦았다. 점점 다가오는 결전의 순간, 여자대표팀은 목표를 월드컵 16강이 아닌 역대 최고 성적인 8강 이상으로 잡았다.역대 여자월드컵 최고 성적은 2015년 캐나다 대회 당시 16강이었다. 2003년 미국 대회, 2019년 프랑스 대회에선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는 아쉬움을 겪었다. 특히 직전 대회에선 조별리그에서 3전 전패로 탈락하는 수모를 당했다. 이번 월드컵에서만큼은 조별리그 통과는 물론 16강을 넘어 역대 최고 성적에 도전하겠다는 게 여자대표팀의 목표다. 이를 위해 벨 감독도 파주 축구대표팀 트레이닝센터(NFC)에서 이어온 최종훈련 과정에서 31명 가운데 25명(예비 2명 포함)을 추렸다. 월드컵 출전이 이번이 3번째인 7명을 비롯해 만 16세 1개월의 파격적인 막내까지 두루 선발해 월드컵 최종 명단을 꾸렸다. 앞서 벨 감독은 “독일의 한 지도자는 진실은 경기장에 있다고 했다. 우리 선수들이 첫 번째 경기(콜롬비아전)에 집중했으면 좋겠다. 남은 경기들은 한 걸음, 한 걸음 헤쳐나갈 것”이라는 각오를 밝혔다. ▲ 2023 호주-뉴질랜드 여자 월드컵 참가 엔트리(23명)GK : 김정미(인천현대제철), 윤영글(BK 헤켄, 스웨덴), 류지수(서울시청)DF : 김혜리, 임선주, 장슬기, 홍혜지(이상 인천현대제철), 심서연, 추효주(이상 수원FC), 이영주(마드리드CFF, 스페인)MF : 지소연, 김윤지, 전은하(이상 수원FC), 조소현(토트넘, 잉글랜드), 이금민(브라이튼, 잉글랜드), 천가람(화천KSPO), 배예빈(위덕대)FW : 최유리, 강채림, 손화연(이상 인천현대제철), 문미라(수원FC), 박은선(서울시청), 케이시 페어(PDA, 미국)* 예비 멤버 : 고유나(화천KSPO), 이은영(고려대)김명석 기자 2023.07.10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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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셜] ‘16세 혼혈’ 페어 깜짝 발탁… 벨호, 월드컵 최종 명단 공개

2023 국제축구연맹(FIFA) 호주·뉴질랜드 여자 월드컵에 나설 23인이 공개됐다. 대한축구협회(KFA)는 오는 20일 개막하는 호주-뉴질랜드 여자 월드컵에 참가할 여자 축구대표팀 최종 엔트리 23명과 예비 멤버 2명을 5일 발표했다.콜린 벨 감독이 이끄는 여자대표팀 23명 명단에는 골키퍼 김정미(인천현대제철), 윤영글(BK헤켄)을 비롯해 김혜리, 임선주, 장슬기, 최유리(이상 인천현대제철), 지소연, 추효주(이상 수원FC), 조소현(토트넘), 이금민(브라이튼), 박은선(서울시청) 등 주축 멤버들이 모두 포함됐다. 여자대표팀 최초의 혼혈 선수로 발탁돼 주목받은 16살의 케이시 페어도 이름을 올렸다. 미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페어는 돌파력, 득점력을 두루 갖춘 공격수다. 이은영(고려대)과 고유나(화천KSPO)는 예비 멤버로 일단 호주까지 동행해 부상 선수 발생에 대비한다. 대회 규정상 부상 선수가 나올 경우 팀의 첫 경기 24시간 전까지 교체할 수 있다.지난달 18일부터 파주NFC에 소집돼 훈련해 온 31명 선수 중 엔트리와 예비 명단에서 제외된 6명은 4일 훈련을 끝으로 퇴소했다. 또 기존 주축 선수 중 부상으로 이번 소집 명단에 포함되지 못했던 이민아, 장창(이상 인천현대제철)도 부름을 받지 못했다.엔트리 23명 중 월드컵 참가 경험이 있는 선수는 모두 14명이다. 김정미, 박은선, 지소연, 조소현, 김혜리, 임선주, 이금민은 3회째 출전한다. 골키퍼 김정미는 38세 9개월로 한국 여자 선수로는 역대 최고령 월드컵 참가 선수가 됐다. 남녀를 합쳐도 1954년 스위스 월드컵에 참가한 박규정(당시 39세 2개월)에 이어 2위에 해당한다. 반면 16세 1개월의 케이시 페어는 2003년 미국 월드컵에 참가했던 당시 16세 9개월의 박은선을 제치고 남녀를 통틀어 한국의 역대 최연소 월드컵 참가 선수가 됐다.여자대표팀은 오는 8일 오후 5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아이티와 친선 평가전을 치르고 출정식을 가진 뒤 10일 호주로 출국할 예정이다.이번 월드컵에서 한국은 25일 콜롬비아를 상대로 조별리그 첫 경기를 갖는다. 이어 30일 모로코, 다음 달 3일에는 독일과 3차전을 치른다.한국 여자축구의 월드컵 최고 성적은 지난 2015년 캐나다 대회에서 기록한 16강이다. ▲ 2023 호주-뉴질랜드 여자 월드컵 참가 엔트리(23명)GK : 김정미(인천현대제철), 윤영글(BK 헤켄, 스웨덴), 류지수(서울시청)DF : 김혜리, 임선주, 장슬기, 홍혜지(이상 인천현대제철), 심서연, 추효주(이상 수원FC), 이영주(마드리드CFF, 스페인)MF : 지소연, 김윤지, 전은하(이상 수원FC), 조소현(토트넘, 잉글랜드), 이금민(브라이튼, 잉글랜드), 천가람(화천KSPO), 배예빈(위덕대)FW : 최유리, 강채림, 손화연(이상 인천현대제철), 문미라(수원FC), 박은선(서울시청), 케이시 페어(PDA, 미국)* 예비 멤버 : 고유나(화천KSPO), 이은영(고려대)파주=김희웅 기자 2023.07.05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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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파주] 지소연, 간절+자신 “황금세대의 마지막… 10년 전보다 성숙”

세 번째 월드컵에 나서는 지소연(32·수원FC 위민)은 간절하다. 그 안에는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다. 지소연은 3일 파주NFC(축구대표팀 트레이닝센터)에서 취재진과 마주해 “최종 훈련을 파주에서 하게 됐는데, 맛있는 밥 먹으며 선수들이 훈련을 잘하고 있다”며 “더운 날씨에 뛰는 게 쉽지 않다. 월드컵에 가서는 더 힘들기에 이겨내야 한다. 힘듦 속에서 하고자 하는 마음이 크기에 분위기도 굉장히 좋고 감독님도 만족하신다”고 말했다.어느덧 30대에 접어든 지소연은 2023 국제축구연맹(FIFA) 호주·뉴질랜드 월드컵이 마지막 월드컵이 될 수 있다. 각오는 어느 때보다 비장하다. 그는 “나뿐만 아니라 선수들이 항상 여자축구 발전을 위해서 고민한다. 그것보다 월드컵은 모든 선수의 꿈 아닌가. 이번 월드컵은 선수들이 자기 꿈을 위해 뛰었으면 좋겠다. 월드컵을 부담감만 갖고 뛰었는데, 즐기면서 했으면 좋겠다. 마지막 대회가 될 수 있는 선수들도 있기에 즐겁게 하고 싶다”고 했다.조소현(토트넘 위민) 박은선(서울시청) 골키퍼 김정미(인천현대제철) 윤영글(BK 헤켄) 등 오랜 기간 손발을 맞춘 선수들 역시 기량이 무르익었다. 이번 월드컵을 더욱 기대하는 이유다. 지소연은 “소집된 선수 절반이 2010년부터 10년 이상 함께했다. 이제는 정말 말로 하지 않고 운동장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안다”며 “황금세대의 마지막이 될 수 있는 간절한 월드컵이다. 10년 전보다 성숙해졌고, 서로 말도 잘 통한다. 감독님께서도 위닝 멘털리티를 가질 수 있게 이끌고 있어 잘 따라가고 있다. 부상 없이 훈련을 다 이겨내고 있다”고 밝혔다. 여자 축구대표팀은 오는 8일 아이티와 최종 평가전이자 출정식을 하고 결전지로 이동한다. 지소연은 “한 주 한 주 지나니 월드컵 열기가 느껴진다. 토요일 아이티전을 준비하면서 2주 동안 강도 높은 훈련을 많이 했다. 체력이 어느 정도 올라왔는지 확인할 시간이 될 거 같다. 콜롬비아전을 어떻게 준비하는지 볼 수 있는 경기”라고 했다. 이번 아이티전은 10년 만에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뜻깊은 경기다. 지소연은 “2013년 동아시안컵 이후 두 번째로 (상암에서) 뛰는데, 선수로서 상암은 남다르게 다가온다. 거기서 뛸 수 있다는 게 영광스럽다. 관중석에서 남자 경기만 보다가 뛰면 벅차다. 많은 분이 와주셔서 월드컵 가는 데 힘을 실어주셨으면 좋겠다”며 “토요일이고 (장소가) 서울이라 기대된다. 오신 분들(취재진)도 책임감 갖고 홍보해 주고, (관중이) 많이 오실 수 있게 힘을 합쳤으면 좋겠다”며 바람을 전했다. 콜린 벨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무더위에도 ‘고강도 훈련’이 한창이다. 체력을 올리기 위함이다. 아울러 벨호는 조별리그 1차전 상대인 콜롬비아전 승리만 바라보고 월드컵을 준비하고 있다. 지소연은 “프레싱도 그렇고 얼마큼 많이 뛸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선수들 체력이 많이 올라왔고, 준비돼 있다. 콜롬비아 선수들 체력이 좋고, 라미레스가 위력적이다. 한 명으로 수비가 부족할 것 같다”며 “콜롬비아 선수 4~5명의 레벨이 높다. 하지만 수비 조직이 아직 완벽하다고 볼 수 없다. 어느 정도인지 안 해봐서 모르겠는데, 앞에 4~5명을 협력 수비로 잘 막고 빠른 역습으로 간결하고 정확하게 공격을 해야 할 것 같다. 경기를 하다 보면 압도할 수도, 밀릴 수도 있는데 아이티전에 얼마나 높은 강도로 상대를 괴롭히는지 봐달라”며 자신했다. 앞서 여자대표팀의 월드컵은 희비가 갈렸다. 2015년 캐나다 대회에서는 16강에 진출했지만, 2019년 프랑스 대회에서는 조별리그 탈락(3전 전패)이라는 아픔을 맛봤다. 지소연은 “최대한 높이 올라가는 게 목표다. 2019년보다는 좋은 결과를 가져오고 싶다. 그럴 준비가 됐다. 어떻게 멋진 경기를 하는지 봐달라”며 “월드컵에서 PK 골밖에 없는데, 필드골을 한 골 넣고 싶다. 수많은 골을 넣었지만, 월드컵에서는 필드골이 없다. 월드컵에서는 멋진 골을 욕심내려고 한다”고 강조했다.파주=김희웅 기자 2023.07.03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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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파주] 벨 감독의 경고 “월드컵 최종명단, 이름값으로 뽑지 않을 것”

“100% 경기력으로만 뽑을 것이다.” 콜린 벨(잉글랜드) 여자 축구대표팀 감독이 최종 소집 훈련에 나선 선수단에 묵직한 메시지를 전했다. 오랫동안 대표팀에 승선했던 여부와 상관없이, 이번 소집 훈련 기간 보여주는 경기력만으로 23명의 최종명단을 꾸리겠다는 것이다. 경기력만 좋으면 2007년생 어린 선수들에게도 월드컵 엔트리의 문을 열어두겠다는 것이다. 벨 감독은 18일 파주 축구대표팀 트레이닝센터(NFC)에서 진행된 여자 월드컵 대비 최종 훈련에 앞서 취재진과 만나 “월드컵에 가는 최종 명단 23명은 이름으로 뽑는 게 아니라, 100% 경기력으로 뽑을 것”이라며 “100%를 낼 수 있는, 그리고 100%를 내는 23명의 선수들이 월드컵 최종 명단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벨 감독의 이같은 설명은 앞서 파격적인 2007년생 선수 3명의 소집 배경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벨 감독은 여자대표팀 사상 첫 혼혈 선수인 페어 케이시 유진(PDA)과 원주은, 권다은(이상 울산현대고)을 최종 소집 명단에 불렀다. 그동안 대표팀 주축을 이뤘던 선수들을 고스란히 월드컵 최종 명단에 포함시키기보다는 최종 훈련에 마지막 변수를 대표팀에 심은 것이다.벨 감독은 “어린 선수들이 A팀에서 겪어야 하는 환경 등을 소개해주고 싶었고, 기존 선수들에게도 조금 푸시할 기회를 만들기 위함이었다”며 “그렇다고 해서 이 어린 선수들에게 월드컵에 나갈 기회가 없다는 것 아니다. 충분히 인상을 남길 기회를 주고, 좋은 인상을 남긴다면 충분히 들어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 달 8일 아이티와의 여자월드컵 출정식을 전후로 꾸려질 최종 엔트리 승선을 위해선 적극성과 빠른 생각과 판단, 커뮤니케이션 등을 강조했다. 벨 감독은 “빨리 똑똑한 생각을 해야 하고, 또 빠르고 적극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특히 강도를 100분 이상 낼 수 있는 선수들이 필요하다. 요즘 경기들은 90분에 끝나는 게 아니라 추가시간 등을 포함해 95분, 98분, 100분까지 이어지는 경기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의 강도를 뽑아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선수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다음 단계는 좋은 생각과 빠른 판단, 이행하는 능력이 얼마나 자주, 또 빈도 높게 나오느냐가 중요하다. 제한적인 1경기라는 시간 내에서 얼마나 좋은 액션들을, 높은 강도의 수준의 경기에서, 또 빈도 높게 낼 수 있느냐를 이번 소집에서 찾을 것”이라며 “이번 소집은 실험하는 시간이 아니”라고 힘줘 말했다.소집 첫날엔 소속팀 행사 참가로 빠진 지소연, 심소연 등 수원FC 위민 소속 4명과 조소현(토트넘 위민) 등 해외파 3명이 빠진 24명만 먼저 소집됐다. 박은선(서울시청)만 발목 염좌로 실내에서 회복에 집중했고 나머지는 모두 첫 훈련에 나섰다. 선수들은 무더운 날씨 속에서도 구슬땀을 흘리며 월드컵을 향한 담금질에 나섰다. 벨호는 다음 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아이티와 여자월드컵 출정식을 전후로 23명의 최종엔트리를 발표한다. 이후 10일 결전지 호주로 출국해 현지 적응에 나선 뒤 25일부터 콜롬비아·모로코·독일과 조별리그를 치른다. 이번 대회는 24개국에서 32개국으로 출전국이 늘어났다. 한국은 역대 최고 성적인 2015년 캐나다 대회 16강 이상에 도전한다.파주=김명석 기자 2023.06.18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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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재도전하는 37세 박은선 "과거 이야기 NO...내 역할 다하겠다" [IS인터뷰]

박은선(37·서울시청)이 8년 만의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 월드컵 출전을 노린다. ‘돌아온 박은선’이 주목받는 이유는 당연하다. 10대에 혜성처럼 나타난 천재 선수로 누구보다 큰 기대를 모았지만 그 누구도 겪지 못했던 굴곡진 사건사고를 겪다가 2022년까지 7년간은 대표팀에서 잊힌 선수였기 때문이다. 박은선은 17세였던 2003년 한국 여자축구의 첫 월드컵 진출 때 막내로 본선 무대를 밟았다. 미완의 대기로 평가받았던 그는 이듬해 2004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청소년선수권대회에서 한국을 결승까지 올려놓았고, 결승에서 중국을 상대로 해트트릭을 하며 우승 주역이 됐다. 한국 여자축구가 역사상 처음으로 중국을 격파한 사건이었다. 박은선은 1m82㎝의 큰 키와 몸싸움에서 밀리지 않는 피지컬을 앞세워 이전 한국 여자축구에서는 볼 수 없던 파괴력 있는 플레이를 했다. 그러나 성인이 된 이후 악재가 이어졌다. 독보적인 실력으로 2005년 고교 졸업 후 실업팀에 직행했지만, 당시 여자축구연맹 규정상 대학 2년을 거쳐야만 실업팀에 갈 수 있다며 3개 대회 출전 정지 중징계를 받았다. 겨우 자리를 잡나 싶었던 2010년에는 선수를 그만하겠다며 팀을 무단이탈한 적도 있다. 그러나 이후 다시 돌아와 2013년 여자축구 WK리그 19골로 득점왕에 올랐다. 하지만 그해 가을 서울시청 외 나머지 팀들이 박은선의 성별이 의심스럽다는 황당한 이유를 대며 박은선의 성별 판정을 하지 않으면 리그를 보이콧하겠다고 했다. 이는 명백한 선수 인권 침해로, 결국 논란을 제기한 측이 역풍을 맞고 없던 일이 됐다. 그러나 박은선에게는 큰 상처를 남겼다. 이후 그는 2014년 여자 아시안컵 득점왕에 올랐고, 2015년 캐나다 여자월드컵에 출전했지만, 이후 소속팀이 해체되는 등 잦은 이적을 하면서 기량이 흔들려 대표팀과는 멀어졌다. 대개 이런 커리어를 가진 선수가 37세가 됐을 때는 ‘비운의 천재’ 정도의 수식어를 달고 쓸쓸히 은퇴하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그러나 박은선은 보란듯이 대표팀에 돌아왔다. 박은선은 2020년 다시 서울시청에 입단했고, 지난해 여자축구 대표팀의 콜린 벨 감독은 장신 공격수 박은선을 대표팀으로 불렀다. 7년 만의 대표팀 복귀였다. 박은선은 “좋았다. 나도 좋았지만, 주변에서 더 좋아해주시더라”고 했다. 이전 7년간 대표팀에 다시 들어갈 수 있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는 지난달 치러진 여자대표팀과 잠비아와의 두 차례 평가전에서 3골을 몰아쳤다. 특히 2차전에서는 선발 투톱 공격수 중 하나로 출전해 2골 1어시스트를 기록했다. 37세로 과거에 비해 스피드는 많이 떨어진 게 사실이지만, 박은선은 단순히 골문 앞에 서서 헤딩만 하는 선수가 아니라 쓰임이 다양하다는 걸 증명했다. 잠비아와 1차전에서는 상대 수비 라인을 허물고 순식간에 뚫고 들어가는 움직임으로 골을 만들어냈다. 평가전에서 벨 감독이 요구한 역할이 무엇이었는지 물으니 “공격적으로 나갈 때 볼 소유를 많이 하고, 포스트 역할을 해주고, 우리 선수들이 패스 능력이 좋으니까 공줄볼 따내면 골문 앞쪽으로 떨어뜨려 주는 것. 그리고 찬스에서 골을 넣는 것”이라고 했다. 박은선은 이를 그대로 해냈다. 잠비아 감독 역시 제공권을 완전히 장악한 박은선이 가장 위협적이라고 평가했다. 2023 호주·뉴질랜드 여자월드컵은 오는 7월 열린다. 최종엔트리 발표까지 한달여가 남아있다. 박은선은 “당연히 욕심 난다. 선수라면 누구나 월드컵에 가고 싶고, 뛰지 못하더라도 일단 들어가고 싶다. 물론 뽑힌다면 경기에도 뛰고 싶다는 욕심이 날 것”이라고 했다. 최종 엔트리 선발 가능성이 매우 커보이는 ‘돌아온 천재’에게 최근 인터뷰 요청이 많이 들어온다. 서울시청의 유영실 감독은 “그때마다 기자들이 과거 이야기를 다시 물어보니까 은선이는 그게 괴로운 모양”이라고 했다. 이날 인터뷰에서도 박은선은 과거 사건에 대한 질문에는 “옛날 일은 다시 꺼내서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자신의 잘못이 아닌데 외부 상황과 환경 때문에 힘들었던 점을 어떻게 이겨낸 건지 궁금하다고 했더니 박은선의 답은 오히려 담담했다. 그는 “이겨낸 게 아니라 도망갔다. 팀을 나간 적도 있지 않나. 하지만 힘들 때마다 동료 언니들, 주변 감독님들이 도와주셨다. 출전정지 징계 때는 연맹 주관 대회만 못 나가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소속팀(서울시청)에서 4개국 초청대회 같은 외국팀 초청 대회를 열어줬다. 팀이 나를 정말 많이 도와줬고, 주변에서 관심을 많이 줬다. 어떻게 보면 어리광을 부렸다는 생각도 든다. 내가 선택한 결과니까 내가 짊어지고 참아야 했는데 잘못 표출한 것도 있다”고 말했다. 유영실 감독은 “박은선이 동기부여를 잘해주면 더 신나서 하는 타입이다. 대표팀에 복귀한 게 좋은 기회가 됐다”며 “우리가 시청팀이다 보니 외국인 선수를 영입하지 못하는데, 박은선이 사실상 외국인 공격수 역할을 해주고 있다”고 칭찬했다. 유영실 감독은 박은선의 첫 월드컵 출전이던 2003년 대표팀의 센터백 출신 선배로, 누구보다 오랫동안 후배이자 제자를 지켜봤다. 박은선은 3월 말 개막한 올 시즌 WK리그에서 3골을 기록 중이다. 대표팀의 벨 감독은 박은선에 대해 “온실 속 화초처럼 아끼다가 월드컵에 데려가고 싶다”고 말했다. 거구의 박은선이 ‘꽃’이 된 인터뷰에 대한 동료 반응은 어땠을까. 박은선은 “다들 그냥 웃고 말았다. 감독님은 리그 일정이 빡빡한 걸 아시니까, 다치지 말고 몸관리 잘하라는 뜻으로 말한 것 같다”고 했다. 현재 대표팀 막내인 골키퍼 김경희는 2003년생이다. 박은선과 17살 차이다. 후배들이 어려워하지는 않을까. 박은선은 “요즘 애들은 그런 거 없다”고 웃으면서 “후배들이 다 성격이 좋고 잘해준다. 그 덕분에 오랜만에 대표팀에 들어갔는데도 빨리 적응했다”고 덧붙였다. 박은선은 “축구가 싫어졌던 적은 한번도 없다. 지금도 축구가 제일 좋고 재미있어서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의 길고 긴 커리어에도 아직 월드컵 본선 무대 골은 없다. 박은선은 “월드컵에 가서 골을 넣어보고 싶다는 욕심은 늘 있었는데 아직 그러지 못했다”고 월드컵 각오를 대신했다. 이은경 기자 2023.05.04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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